3줄 요약
- 보건복지부는 9월 8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27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습니다.
- 그런데 내 보험료는 요율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보험료는 보수월액에 요율을 곱해서 나옵니다.
- 요율이 그대로여도 보수월액, 즉 내 월급이 오르면 보험료는 오릅니다. 정부가 동결 근거로 든 문장 안에 이미 그 말이 들어 있습니다.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동결됐다는 소식을 보고 “그럼 내년에도 내 건강보험료는 그대로겠네”라고 생각하셨다면, 절반만 맞습니다. 요율은 그대로지만 보험료는 오를 수 있습니다. 두 문장이 동시에 참인 이유는 보험료를 계산하는 식에 요율 말고 하나가 더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가 보수월액입니다.
월급명세서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건강보험료를 본 적은 있어도,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따져 본 적은 드뭅니다. 보수월액을 알면 왜 동결인데 더 내는지, 왜 어떤 해에는 4월에 갑자기 많이 빠져나가는지가 한 번에 풀립니다.
보수월액이란 무엇인가요?
보수월액은 건강보험료를 매기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해 놓은 내 한 달치 보수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70조 제1항은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을 “직장가입자가 지급받는 보수를 기준으로 하여 산정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여기서 보수는 근로를 제공하고 받는 금품을 말하고, 실비변상적인 성격을 갖는 금품은 빠집니다. 같은 조 제3항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보험료 계산식은 아주 단순합니다. 같은 법 제69조 제4항 제1호가 보수월액에 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이라고 정해 놓았습니다. 2027년 요율은 7.19%입니다. 그리고 제76조 제1항에 따라 이 금액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절반씩 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힙니다. 장기요양보험료입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제4조는 장기요양보험료율을 100만분의 9,448, 그러니까 0.9448%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같은 보수월액에 붙습니다. 보수월액이 오르면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가 함께 따라 오릅니다.
정부가 동결하면서 든 근거 안에 답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9월 8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7.19%로 동결했습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도 올해와 같은 211.5원으로 정했습니다.
동결 근거로 네 가지를 들었습니다. 최근 5년간 당기수지 흑자, 2025년 말 기준 준비금 30조 2,000억 원 보유(3.5개월분), 내년도 정부지원 약 1조 1,000억 원 증액,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이렇습니다.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인해 보험료 수입 증가가 기대되는 점”입니다.
이 문장을 뒤집어 읽어 보십시오. 요율은 그대로인데 보험료 수입은 늘어난다고 합니다. 요율이 그대로인데 수입이 늘려면 곱해지는 쪽, 즉 보수월액이 늘어야 합니다. 보수월액은 우리 월급입니다. 동결할 수 있었던 이유 자체가 우리가 더 낼 것이기 때문이라는 구조입니다.
인과를 한 칸씩 이어 보면 이렇습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 → 임금이 오른다 → 보수월액이 오른다 → 요율이 그대로여도 걷히는 보험료가 늘어난다 → 요율을 올리지 않아도 재정이 버틴다. 동결은 이 사슬의 결과이지, 내 지출이 그대로라는 뜻이 아닙니다.
올해 월급이 올라도 보험료는 당장 안 오릅니다
보수월액에는 한 박자 늦는 성질이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은 사용자가 매년 3월 10일까지 전년도에 지급한 보수의 총액을 공단에 통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36조 제1항은 공단이 그 총액을 근무한 개월수로 나눈 금액을 그해 보수월액으로 결정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즉 지금 내고 있는 보험료는 작년에 받은 보수를 기준으로 계산된 금액입니다. 올해 연봉이 올랐어도 매달 빠져나가는 금액은 한동안 예전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그 차액은 사라지지 않고 정산으로 돌아옵니다. 시행령 제39조 제1항은 원래 걷은 금액이 다시 계산한 금액보다 적으면 그 부족액을 사용자로부터 추가로 징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더 걷었으면 돌려줍니다. 연봉이 오른 해 다음에 보험료가 한 번에 크게 빠져나가는 일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회사마다 다릅니다. 시행령 제36조 제1항 단서는 사용자가 그해 보수의 평균 인상률을 공단에 통보하면 그것을 반영해 보수월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상시 100명 이상이 일하는 사업장이라면 보수가 바뀐 때 보수월액 변경을 신청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내 회사가 어느 쪽인지에 따라 체감이 달라집니다.
추가로 낼 금액이 부담스러울 때 쓸 수 있는 장치도 조문에 있습니다. 시행령 제39조 제4항은 추가징수금액 중 직장가입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그달 보수월액보험료 이상이면, 사용자의 신청에 따라 12회 이내로 나눠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동결이라는 말이 감추는 것
보도자료에 실린 연도별 보험료율을 보면 동결과 인상이 번갈아 나옵니다. 헤드라인은 늘 그해 한 칸만 보여 주지만, 여러 해를 이어 놓으면 다르게 보입니다.
| 연도 | 건강보험료율 | 인상률 |
|---|---|---|
| 2023 | 7.09% | 1.49% |
| 2024 | 7.09% | 동결 |
| 2025 | 7.09% | 동결 |
| 2026 | 7.19% | 1.48% |
| 2027 | 7.19% | 동결 |
2024년과 2025년이 연속 동결이었고, 2026년에 1.48% 올랐습니다. 그리고 2027년이 다시 동결입니다. 요율만 보면 5년 중 3년이 동결입니다. 그런데 그사이 우리가 낸 돈이 3년 동안 그대로였을 리는 없습니다. 곱해지는 쪽이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지갑엔 얼마일까요
아래 표는 발표된 수치가 아니라 가정을 넣어 계산한 예시입니다. 연봉 전액이 보수에 해당하고 비과세 항목이 없다고 가정했고, 보수월액은 연봉을 12로 나눈 금액으로 잡았습니다. 요율은 2027년 기준 건강보험 7.19%, 장기요양 0.9448%를 썼고, 건강보험료는 제76조에 따라 근로자 부담분인 절반만 적었습니다.
| 연봉 | 보수월액 | 건강보험료(근로자) | 장기요양보험료(근로자) | 월 합계 |
|---|---|---|---|---|
| 4,000만 원 | 333만 3,333원 | 11만 9,833원 | 1만 5,747원 | 13만 5,580원 |
| 5,000만 원 | 416만 6,667원 | 14만 9,792원 | 1만 9,683원 | 16만 9,475원 |
이제 요율이 동결된 상태에서 월급만 3% 올랐다고 해 보겠습니다. 연봉 5,000만 원이 5,150만 원이 되면 보수월액은 429만 1,667원이 됩니다. 근로자가 내는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합치면 월 17만 4,559원입니다.
차이는 월 5,084원, 1년이면 약 6만 1,000원입니다. 요율은 한 자리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지출은 늘었습니다. 여기에 사업주가 내는 절반까지 합치면 이 월급 한 자리에서 나가는 돈은 연 12만 원가량 늘어납니다.
액수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금액이 한꺼번에 올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회사가 인상률을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면 올해는 예전 보수월액으로 계속 내다가, 이듬해 3월 10일 통보 뒤 정산에서 열두 달치 차액을 몰아서 맞추게 됩니다. 6만 원이 매달 5,000원씩 나가는 것과, 어느 달에 6만 원이 한 번에 나가는 것은 체감이 다릅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작년보다 보수가 줄었다면 정산에서 돌려받습니다. 시행령 제39조 제1항은 초과액을 사용자에게 반환하도록, 제3항은 사용자가 그 금액을 해당 직장가입자와 정산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성과급이 컸던 해 다음에 급여가 정상화된 분이라면 확인해 볼 만합니다.
무엇을 보면 되나요
가장 먼저 볼 곳은 월급명세서의 건강보험료 칸입니다. 그 금액을 0.5로 나눈 뒤 다시 0.0719로 나누면 회사가 신고한 내 보수월액이 대략 얼마인지 역산됩니다. 그 값이 지금 연봉과 크게 차이 난다면, 아직 예전 보수 기준으로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산 때 맞춰질 금액을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제도 쪽에서 볼 숫자는 준비금입니다. 복지부가 동결 근거로 든 것이 2025년 말 기준 30조 2,000억 원, 3.5개월분입니다. 이 개월수가 줄기 시작하면 동결을 이어 가기 어려워집니다. 2024년과 2025년 연속 동결 뒤 2026년에 올랐던 흐름이 표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 다음 요율이 어떻게 될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2028년 이후 요율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고, 건정심에서 정해집니다. 지금 확인된 사실은 2027년이 7.19% 동결이라는 것까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보수월액과 연봉은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보수월액은 국민건강보험법 제70조에 따라 산정되는 한 달치 보수이고, 실비변상적인 성격의 금품은 보수에서 빠집니다. 또 시행령 제36조 제1항에 따라 전년도 보수 총액을 근무 개월수로 나눠 정하기 때문에, 올해 연봉과 바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요율이 동결인데 왜 내 보험료가 오르나요?
보험료는 보수월액에 요율을 곱해 나오기 때문입니다. 요율이 7.19%로 그대로여도 보수월액이 오르면 곱셈의 결과가 커집니다. 반대로 보수월액이 줄면 요율이 그대로여도 보험료는 줄어듭니다.
정산으로 추가로 낼 금액이 부담되면 어떻게 하나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39조 제4항은 추가징수금액 중 직장가입자 부담분이 그달 보수월액보험료 이상인 경우, 사용자의 신청에 따라 12회 이내로 나눠 낼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신청 주체가 사용자이므로 회사 담당 부서에 문의하셔야 합니다.
요율은 뉴스에 크게 실리지만 내 지갑을 실제로 움직이는 쪽은 조용합니다. 보수월액은 매년 한 번 바뀌고, 바뀐 결과는 명세서 한 줄로만 통보됩니다. 동결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명세서의 그 한 줄을 같이 열어 보는 습관이, 나중에 정산 고지서를 받고 놀라는 일을 줄여 줍니다.
같은 보수월액에 걸리는 보험료는 건강보험만이 아닙니다. 내년부터 요율이 바뀌는 고용보험은 고용보험료 0.9%에서 1.0%로 오르는 이유에서 따로 다뤘고, 공제가 모두 끝난 뒤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연봉 실수령액표 2026에서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월급이 올라도 살림이 그대로인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실질임금이란 무엇인가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