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정부가 8월 22일 0시부터 4주간 적용할 휘발유 최고가격을 리터당 1,784원으로 동결했습니다.
- 그런데 8월 20일 기준 국내 휘발유 값은 리터당 1,862원입니다. 상한보다 78원 높습니다.
- 최고가격이 걸린 자리가 주유소가 아니라 정유사이기 때문입니다.
최고가격 1,784원이라는 문장을 보면 주유소에서 그 값에 넣을 수 있다고 읽힙니다. 대부분 그렇게 이해합니다.
그런데 같은 보도자료의 뒷부분에 다른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8월 20일 기준 국내 휘발유 값은 리터당 1,862원입니다.
상한보다 78원 비쌉니다. 78원은 두 숫자를 뺀 값으로, 자료에 따로 적힌 수치는 아닙니다.
두 문장은 산업통상부가 8월 21일 낸 같은 자료에 나란히 있습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왜 그런지를 아는 것이 최고가격제를 아는 것입니다.
최고가격제란 정부가 파는 값의 천장을 정하는 제도입니다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특정 상품의 판매가격 상한을 정하는 제도입니다. 그 위로는 팔 수 없습니다.
근거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입니다. 조문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산업통상부장관은 석유의 수입·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등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중략) 석유정제업자·석유수출입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의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 제1항
정부는 2026년 3월 13일 이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4주마다 값을 다시 정하고 있습니다. 8월 22일부터 적용되는 것이 9차입니다.
1,784원은 주유소 가격이 아니라 정유사 가격입니다
답은 6월 26일 자료에 한 줄로 적혀 있습니다. 7차 최고가격을 150원 내리던 날의 문장입니다.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설정된다.
산업통상부, 7차 석유 최고가격 150원 전격 인하 (2026.6.26)
정유사 공급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넘길 때 받는 값입니다.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받는 값이 아닙니다.
기름이 내게 오는 길은 세 칸입니다. 정유사에서 주유소로, 주유소에서 내 차로 옵니다.
천장은 첫 칸과 둘째 칸 사이에만 걸려 있습니다. 둘째 칸과 나 사이에는 천장이 없습니다.
2층 천장을 낮춰 놓았는데 나는 3층에 사는 셈입니다. 2층이 낮아지면 3층도 대체로 내려오지만, 같은 높이가 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정부도 7차 자료에서 주유소 가격이 1,800원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썼습니다. 상한과 같아진다고 쓰지 않았습니다.
표면 숫자와 속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 구분 | 8월 22일 적용 상한 | 8월 20일 국내 가격 | 차이 |
|---|---|---|---|
| 휘발유 | 1,784원 | 1,862원 | 78원 |
| 경유 | 1,773원 | 1,845원 | 72원 |
| 등유 | 1,380원 | 자료에 없음 | — |
이 78원이 무엇으로 이뤄지는지는 이번 자료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더 나가지 않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하나입니다. 상한이 1,784원이어도 내가 내는 값은 그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에는 주유소도 넣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앞의 조문을 다시 보면 대상에 석유판매업자가 들어 있습니다. 주유소도 상한을 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실제로 지정한 것은 정유사 단계입니다. 마지막 칸은 비워 두었습니다.
법으로 누르지 않은 자리를 정부는 다른 방법으로 다룹니다. 7차 자료에 그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 정부·소비자단체·공공기관 합동으로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가격과 물량을 집중 모니터링
- 범부처 시장점검단을 통한 현장 점검과 조치
- 가격 인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주유소 점검
당근도 함께 씁니다.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2주마다 값이 싼 주유소를 골라 착한주유소로 발표합니다.
6월 22일 기준 착한주유소는 418곳이었고, 전국 평균보다 리터당 약 20원 쌌습니다.
여기에 다섯 번 넘게 뽑힌 곳이 착하디착한주유소입니다. 첫 2곳의 평균 판매가는 휘발유가 40원, 경유가 44원 낮았습니다.
상한 때문에 생긴 손실은 세금으로 메웁니다
천장을 낮추면 누군가는 덜 법니다. 그 부분을 정부가 메워 줄 수 있다고 법에 적혀 있습니다.
같은 법 제23조 제3항이 정부의 재정 지원 근거입니다. 산업통상부는 6월 18일 그 절차를 담은 고시안을 행정예고했습니다.
- 지원 기준금액은 정유사가 투입한 원가 등을 기준으로 장관이 결정하며, 적정 수준의 마진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정산은 분기 단위로 하고, 신청은 정산기간 종료 후 60일 이내에 합니다. 최대 30일 연장할 수 있습니다.
- 회계·법률·석유시장 전문가와 정부위원 등 20인 이내의 최고액정산위원회가 심의합니다.
가격을 눌렀다고 비용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자리를 옮길 뿐입니다. 주유소에서 덜 낸 만큼 세금 쪽에서 나갈 수 있습니다.
지원 금액이 실제로 얼마인지는 아직 공개된 자료가 없습니다. 확인되면 그때 다루겠습니다.
그래서 내 지갑엔 얼마일까
먼저 밝혀 둘 것이 있습니다. 아래 표의 월 100리터는 발표된 수치가 아니라 계산을 위해 세운 가정입니다.
한 달에 50리터씩 두 번 넣는 직장인을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 리터당 차이 | 월 100리터 기준 | 1년 |
|---|---|---|
| 7차 상한 인하분 150원 | 15,000원 | 180,000원 |
| 상한과 국내 가격의 차 78원 | 7,800원 | 93,600원 |
| 착한주유소 20원 | 2,000원 | 24,000원 |
| 착하디착한주유소 40원 | 4,000원 | 48,000원 |
가장 큰 칸은 첫 줄입니다. 6월 27일 상한이 150원 내려갔습니다. 그 전 상한은 1,934원이었습니다.
그 150원이 그대로 주유소까지 내려왔다면, 50리터를 채울 때 7,500원을 덜 내는 셈입니다.
실제로 국내 휘발유 값은 7차 시행 이후 계속 내려 8월 20일 1,862원이 됐습니다. 7차 자료가 예상한 1,800원대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둘째 줄은 성격이 다릅니다. 78원은 상한이 닿지 않는 구간입니다. 정부 발표만 보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돈입니다.
셋째와 넷째 줄이 내가 직접 줄일 수 있는 칸입니다. 같은 기름을 어디서 넣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착한주유소만 골라 넣으면 연 24,000원, 착하디착한주유소면 연 48,000원입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돈은 아닙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주유소 값에는 유류세도 들어 있습니다.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는 서로 다른 제도이고, 인하 기한도 따로 있습니다.
다음 4주, 무엇을 보면 되나
상한은 4주마다 다시 정해집니다. 다음 결정을 좌우할 숫자는 국제유가입니다.
8월 20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3.8달러였습니다. 8월 첫 주 81.7달러에서 올라온 값입니다.
산업통상부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60일 기한이 만료된 뒤 중동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상한을 동결했습니다. 현재 국제 가격 수준이 8차 결정 때와 비슷하고,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민생 부담을 함께 고려했다는 설명입니다.
바꿔 말하면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다음 회차에는 상한을 올릴 여지가 생깁니다. 국제유가와 상한, 두 숫자를 같이 보면 됩니다.
내 동네 값이 1,784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함께 보십시오. 그 거리가 벌어지면 정부 발표와 내 지갑이 따로 노는 구간이 넓어졌다는 뜻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 세 가지
- 주유 전에 오피넷이나 내비게이션에서 착한주유소 표시를 확인합니다. 정부가 온라인 표시를 따로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 영수증의 리터당 단가를 1,784원과 비교해 둡니다. 차이가 78원보다 크면 평균보다 비싼 곳입니다.
- 유류세 인하 종료일과 다음 최고가격 결정일을 달력에 함께 적어 둡니다.
자주 묻는 질문
최고가격이 1,784원인데 주유소가 1,862원을 받아도 불법이 아닌가요?
상한이 지정된 대상은 정유사의 공급가격입니다. 주유소 판매가격에는 상한이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정부는 인하 반영을 미루는 주유소를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고가격은 언제 또 바뀌나요?
4주 단위로 정해집니다. 9차는 8월 22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됩니다. 정부는 중동 정세와 수급 상황에 따라 기간 중에도 유연하게 운영하겠다고 했습니다.
상한을 더 낮추면 기름값이 더 내려가지 않나요?
그만큼 정유사 손실이 커지고, 법 제23조 제3항에 따라 정부가 재정으로 메울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값이 내려간 만큼의 부담이 세금 쪽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최고가격제는 기름값을 정부가 정해 준다는 말이 아닙니다. 정유사가 넘기는 값에 천장을 씌우고, 그 아래는 시장과 점검과 인센티브에 맡긴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발표 숫자와 내 영수증은 늘 어긋납니다. 그 어긋난 폭이 얼마인지를 아는 사람이 결국 덜 냅니다.
세금 쪽에서 값을 누르는 방법은 유류세 인하 9월 말까지 연장 편에서 정리했습니다. 기름값이 물가 전체를 어떻게 밀어 올리는지는 물가 2.8%와 근원물가 편이 함께 읽기 좋습니다. 유가가 오르면서 경기까지 나빠지는 국면을 부르는 말은 스태그플레이션 편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