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31만 3,089원으로 작년보다 2.3% 내렸습니다. 2017년 이후 9년 만의 하락입니다.
- 같은 조사의 다른 칸을 보면 전통시장은 1.3% 올랐습니다. 내린 곳은 대형유통이었습니다.
- 정부 할인 지원은 9월 30일까지입니다. 당초 9월 23일까지였다가 일주일 연장됐습니다.
추석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을 올해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9월 21일 내놓은 자료의 제목은 “2026년 추석 차례상 비용 하락”입니다. 두 이야기가 맞지 않습니다.
자료를 열어 뒤쪽 표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내렸다는 말도 맞고, 비싸졌다는 말도 맞습니다. 어디서 장을 봤느냐에 따라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9년 만에 내린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추석 3주 전인 9월 3~4일 서울 25개 구의 90개 유통업체를 조사했습니다. 4인 가족 기준 제수용품 25개 품목의 구매비용은 31만 3,089원, 전년 대비 2.3% 하락이었습니다. 자료는 이를 2017년 이후 9년 만의 하락이라고 적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추석 1주 전인 9월 18일 전국 22개 도시에서 따로 조사했습니다. 17개 전통시장과 36개 대형유통업체가 대상입니다. 24개 품목 기준 19만 6,630원으로 1.5% 하락이 나왔습니다.
두 금액이 12만 원 가까이 벌어집니다. 자료는 그 이유를 스스로 적어 뒀습니다. 조사 지역이 서울과 전국으로 다르고, 백화점을 넣었는지 여부도 달라 총액은 서로 맞비교할 수 없다는 주석입니다. 그러니 두 조사는 각자 작년의 자기 숫자와만 견주어야 합니다.
내린 곳은 마트였고, 시장은 올랐습니다
평균 한 줄만 보면 여기서 끝납니다. 같은 자료의 표를 유통 경로별로 쪼개면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 조사 기관 | 대형유통 | 전통시장 |
|---|---|---|
|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9.3~4, 서울) | 318,831원 5.0% 하락 | 252,594원 1.3% 상승 |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9.18, 전국) | 191,511원 7.6% 하락 | 195,911원 1.6% 상승 |
전체 평균을 끌어내린 것은 대형유통이었습니다. 전통시장은 양쪽 조사에서 모두 올랐습니다.
두 조사는 시점도 지역도 품목 수도 다릅니다. 그런데 방향은 똑같습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 같은 명절에 반대로 움직였을까요
정부가 두 곳에 돈을 넣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자료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대형유통 쪽에는 가격을 직접 깎는 돈이 들어갔습니다.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1,930억 원을 동원했고, 이는 전년 900억 원의 2배가 넘습니다. 자료는 소비자가 9월 30일까지 유통업체에서 1인당 한도 없이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썼습니다. 가격표 자체가 내려간 것입니다.
이 금액이 처음부터 이 크기였던 것은 아닙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9일 농축산물 할인 지원을 지난해 500억 원의 약 3배인 1,490억 원으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재정경제부가 9월 21일 쓴 1,930억 원은 수산물까지 포함한 농축수산물 기준입니다.
전통시장 쪽은 방식이 다릅니다. 온누리상품권 환급,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 20% 선할인,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 상향이 붙었습니다. 환급은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농축산물과 수산물 각 300개 시장에서 구매액의 약 30%, 최대 2만 원을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칸이 갈립니다. 환급은 사고 난 뒤에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차례상 비용 조사는 살 때 낸 금액을 잽니다. 계산대에서 깎아 준 돈은 조사에 찍히고, 나중에 봉투로 돌려준 돈은 찍히지 않습니다.
자료가 이렇게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환급이라는 말 자체가 순서를 알려 줍니다. 여기서부터는 추론이니 그렇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시점을 겹쳐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는 9월 3~4일이었고,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는 9월 16일에 시작했습니다. 그 조사에는 환급이 반영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결과는 1.3% 상승이었습니다.
품목을 쪼개면 오른 것은 고기와 채소뿐입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기준으로 과일이 7.3%, 수산물이 6.8%, 기타식품이 3.5%, 가공식품이 2.5% 내렸습니다. 오른 품목은 축산물 한 가지, 0.8%였습니다. 자료는 가축전염병으로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적었습니다.
aT 조사도 비슷합니다. 과일 7.2%, 수산물 4.9%, 임산물 8.4%가 내렸고 채소가 2.7%, 축산물이 2.5% 올랐습니다.
두 조사가 또 겹칩니다. 내린 것은 과일과 수산물, 오른 것은 축산물입니다. 차례상에서 제일 비싼 칸이 하필 오른 칸입니다.
그래서 내 지갑에는 얼마 차이일까요
아래 금액은 발표된 수치가 아닙니다. 자료에 적힌 하락률로 작년 금액을 되짚어 계산한 값입니다. 원 단위는 반올림했습니다.
| 장 본 곳 | 작년(역산) | 올해 | 내 지갑 |
|---|---|---|---|
| 대형유통 | 약 33만 5,600원 | 31만 8,831원 | 약 1만 6,800원 덜 냄 |
| 전통시장 | 약 24만 9,400원 | 25만 2,594원 | 약 3,200원 더 냄 |
같은 명절에 장을 본 두 사람 사이에 약 2만 원이 벌어졌습니다. aT 조사로 같은 계산을 하면 대형유통은 약 1만 5,800원 덜 내고 전통시장은 약 3,100원 더 내서, 차이가 약 1만 9,000원입니다.
조사 대상도 지역도 금액도 다른데 벌어진 폭은 2만 원 언저리로 비슷하게 나옵니다. 큰돈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물건을 덜 사서 아낀 돈이 아니라, 장 보는 장소만 달라서 생긴 차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같은 품목을 같은 개수만큼 샀는데 갈린 금액입니다.
한 가지 더 챙길 것이 있습니다. 할인 행사 기간은 당초 9월 3일부터 23일까지였는데, 농림축산식품부가 9월 9일 이를 9월 30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했습니다. 오늘 끝나는 줄 알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연휴가 지난 뒤 남은 장보기를 몰아도 같은 할인가로 살 수 있습니다.
오른 축산물에는 별도 행사가 붙어 있습니다. 농식품부와 자조금 단체가 한우 등심과 양지, 국거리, 한돈 전지 등을 하나로마트 등에서 30~50% 할인해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농협도 291억 원을 추가 투입해 하나로마트에서 최대 57%, 온라인몰에서 최대 70% 할인을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오른 칸을 메울 수단이 따로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온누리상품권 환급은 9월 20일에 이미 끝났습니다. 전통시장에서 그 혜택을 노리고 계셨다면 지금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음에 무엇을 보면 되나요
첫째, 축산물입니다. 두 조사 모두 오른 품목이 축산물이었고 이유는 가축전염병에 따른 공급 감소라고 적혀 있습니다. 전염병이 잡히지 않으면 연휴가 끝나도 고깃값은 제자리로 돌아오기 어렵습니다.
둘째, 10월 1일 이후의 가격표입니다. 지금 내려간 가격의 상당 부분은 1,930억 원이 만든 것입니다. 그 돈이 빠진 뒤 가격이 어디로 돌아가는지가 진짜 물가입니다. 할인이 끝나는 다음 주가 확인할 시점입니다.
셋째, 정부 발표입니다. 재정경제부는 관계부처 합동 민생물가 TF를 통해 성수품 수급과 가격을 계속 살피고, 수급이 불안한 품목에는 할인 행사 강화와 비축물량 추가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품목이 그 목록에 오르는지를 보면 다음에 오를 칸이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차례상 비용이 내렸다는데 왜 체감이 안 되나요?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셨다면 실제로 오른 것이 맞습니다. 두 조사 모두 전통시장은 1.3%, 1.6% 상승으로 나왔습니다. 내린 쪽은 대형유통이었고, 전체 평균은 그 둘을 섞은 숫자입니다.
그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비싸진 건가요?
조사마다 다릅니다. 9월 18일 aT 전국 조사에서는 전통시장 19만 5,911원, 대형유통 19만 1,511원으로 전통시장이 더 비쌌습니다. 반면 9월 3~4일 소비자단체협의회 서울 조사에서는 전통시장 25만 2,594원, 대형유통 31만 8,831원으로 전통시장이 훨씬 쌌습니다. 자료는 조사 지역과 백화점 포함 여부가 달라 총액을 맞비교할 수 없다고 적어 뒀습니다. 확실한 것은 총액이 아니라 변화 방향입니다.
할인은 언제까지인가요?
9월 30일까지입니다. 당초 9월 23일까지였으나 일주일 연장됐습니다. 재정경제부 자료에는 이 기간 동안 유통업체에서 1인당 한도 없이 할인된 가격으로 농축산물을 살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정부 자료의 제목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목은 평균을 말하고, 장보기는 평균으로 하지 않습니다. 같은 자료 안에 두 개의 추석이 들어 있었던 셈입니다. 표를 한 칸 더 펼쳐 보는 일이 2만 원짜리였습니다.
정부가 이번 추석에 할인을 어떤 구조로 설계했는지는 추석 할인 1,030억 역대 최대, 그런데 왜 내 몫은 주 2만 원에서 멈출까에서 별첨 표까지 뜯어 놓았습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국제 곡물가와 어떻게 엇갈리는지 궁금하시다면 세계 설탕값 한 달 새 11.9% 올랐는데 왜 우리 장바구니는 지금 더 쌀까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