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소매판매액지수는 가게와 온라인몰에서 실제로 팔린 물건의 양을 물가를 빼고 잰 숫자입니다.
- 9월은 전월대비 3.6% 늘었지만,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면 0.4% 줄었습니다.
- 두 숫자는 모순이 아니라 비교 출발점이 다릅니다. 앞의 것은 직전 달이 낮았고, 뒤의 것은 1년 전 9월이 높았습니다.
“9월 소비가 3.6%나 늘었다”는 기사를 보면 소비가 살아났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런데 국가데이터처의 같은 자료 다른 칸에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0.4% 줄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소매판매액지수가 무엇을 재는지 알면 이 두 숫자가 왜 동시에 참인지 풀립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무엇을 재는 숫자인가요?
소매판매액지수는 가게에서 소비자에게 팔린 상품의 양을 지수로 나타낸 통계입니다. 국가데이터처는 약 2,700개 표본 사업체를 조사해 만듭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승용차 판매점, 인터넷·홈쇼핑 같은 무점포 소매까지 들어갑니다.
핵심은 물가를 뺀 지수라는 점입니다. 국가데이터처는 월 상품판매액을 그대로 쓰는 경상지수와, 이를 디플레이터(물가 변동을 걷어내는 나눗수)로 나눈 불변지수를 따로 만듭니다. 불변지수는 실질 성장을 보려고 만든 것입니다. 쉽게 말해 “돈을 얼마 썼나”가 아니라 “물건을 얼마나 샀나”입니다.
상품은 쓰는 기간에 따라 세 칸으로 나뉩니다. 내구재는 1년 이상 쓰고 주로 비싼 승용차·가전제품·가구입니다. 준내구재는 의복·신발·가방, 비내구재는 음식료품·차량연료·화장품처럼 금방 쓰는 물건입니다.
같은 9월인데 +3.6%와 -0.4%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는?
이유는 비교 대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는 국가데이터처 보도자료 소비동향 표에서 옮긴 값입니다. 9월 값은 잠정치(추후 수정될 수 있는 값)입니다.
| 구분 | 7월 | 8월 | 9월 |
|---|---|---|---|
| 계절조정 지수(2020년=100) | 103.2 | 101.3 | 104.9 |
| 전월대비 | -2.5% | -1.8% | +3.6% |
| 전년동월대비 | -0.9% | -0.1% | -0.4% |
전월대비는 직전 달과 견주는 방식입니다. 7월과 8월에 연달아 줄었으니 8월 지수가 101.3까지 내려앉았고, 9월은 그 낮은 곳에서 출발했습니다. 출발점이 낮으면 조금만 사도 많이 오른 것처럼 보입니다.
전년동월대비는 1년 전 9월과 견주는 방식입니다. 보도자료는 단기 흐름을 볼 때는 계절조정 계열을, 성장 수준을 볼 때는 원계열(조정하지 않은 원래 값)을 쓴다고 밝힙니다. 공식 전년동월대비 -0.4%는 원계열 기준으로 작년 9월 106.4에서 올해 9월 106.0으로 내려온 값입니다.
3개월을 이어 붙이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이건 발표된 수치가 아니라 제가 전월대비율을 곱해 본 계산입니다. 6월 지수를 100으로 놓으면 7월은 97.5, 8월은 95.7, 9월은 99.2입니다. 9월 반등이 크게 보여도 6월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칩니다.
원계열은 설·추석 같은 명절 효과가 섞여 있다고 보도자료가 직접 적어 두었습니다. 이번 9월의 두 숫자 차이에 명절 위치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이번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비슷한 원리는 계절조정이란? 글에서 다뤘습니다.
평균 속을 쪼개 보면 반등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소매판매 전체 숫자는 세 칸의 평균입니다. 쪼개 보면 반등의 모양이 선명해집니다.
| 상품 종류 | 전월대비 | 전년동월대비 |
|---|---|---|
| 내구재(승용차·가전·가구) | +4.4% | -10.8% |
| 준내구재(의복·신발·가방) | +0.6% | -0.8% |
| 비내구재(음식료품·연료·화장품) | +4.2% | +4.7% |
| 소매판매 전체 | +3.6% | -0.4% |
전월대비로는 승용차가 내구재 증가를, 음식료품 등이 비내구재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1년 전과 비교하면 내구재는 10.8%나 줄었고 비내구재만 4.7% 늘었습니다. 보도자료는 내구재 감소 품목으로 승용차, 통신기기·컴퓨터, 가전제품, 가구를 적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장보기와 생활용품 소비는 1년 전보다 늘었습니다. 큰 돈이 드는 차·가전·가구는 아직 1년 전만큼 팔리지 않습니다. 전체 -0.4%는 이 두 힘이 겹친 결과입니다. 왜 승용차가 줄었는지는 이번 자료에 원인이 적혀 있지 않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 지갑엔 이 숫자가 어떻게 닿나요?
소매판매액지수는 내 지출이 아니라 전국 판매 물량의 합입니다. 내 월급이 이 숫자로 바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게 매출이 늘어야 일자리와 상여도 숨통이 트이니 내수의 체온계 역할을 합니다. 이 체온계의 눈금을 내 생활 단위로 바꿔 보겠습니다.
아래 사례는 발표된 수치가 아니라 제가 세운 가정입니다. 월 소비 물량을 100만 원어치로 두고 계절조정 전월대비율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 월 | 전월대비 | 가정한 물량(만 원어치) |
|---|---|---|
| 6월 | 기준 | 100.0 |
| 7월 | -2.5% | 97.5 |
| 8월 | -1.8% | 95.7 |
| 9월 | +3.6% | 99.2 |
사례 1: 월 300만 원을 쓰는 가구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9월 +3.6%는 월 10만 8천 원 차이이고, 1년 전 대비 -0.4%는 연 3,600만 원 소비에서 약 14만 원 차이입니다. 표면 숫자는 커 보여도 생활 체감 차이는 작습니다.
사례 2: 음식료품·연료·화장품에 월 80만 원을 쓰는 직장인을 가정합니다. 이 칸의 전년동월대비 +4.7%를 적용하면 월 약 3만 8천 원입니다. 다만 이 지수는 물량이라 같은 돈을 더 쓴 것과는 다릅니다.
사례 3: 가전·가구·차에 1년 동안 500만 원을 쓰던 가구를 가정합니다. 내구재 -10.8%를 적용하면 약 54만 원어치를 덜 산 셈입니다. 큰 지출을 미룬 가구가 많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가계가 미룬 것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이 자료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소비 심리는 이 지수와 따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4로 한 달 전보다 1.2 낮아졌다고 한국은행 ECOS 100대 지표에 나옵니다. 심리 지표의 읽는 법은 소비자심리지수란? 글을 참고하세요.
다음 발표에서 볼 칸은 어디인가요?
예측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볼 칸을 정해 두면 됩니다. 첫째, 10월 소매판매의 전월대비가 9월의 큰 반등을 이어 가는지 되돌리는지 봅니다. 둘째, 전년동월대비 내구재가 -10.8%에서 얼마나 좁혀지는지 봅니다.
셋째, 비내구재가 계속 전년동월 대비 늘고 있는지 봅니다. 넷째, 비교하는 1년 전 달이 높았는지 낮았는지 확인합니다. 비교 출발점이 높으면 지수가 줄어 보이는 착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는 기저효과란?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소매판매액지수가 오르면 물가도 오른 건가요?
아닙니다. 이 지수는 물가 변동을 걷어낸 불변지수라 가격 상승이 아닌 판매 물량의 변화를 봅니다.
Q2. 전월대비와 전년동월대비 중 무엇을 봐야 하나요?
단기 흐름은 계절조정 전월대비, 1년 단위 수준은 전년동월대비를 봅니다. 두 숫자가 엇갈리면 직전 달과 1년 전 달 중 어느 쪽이 높았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Q3. 9월 수치는 확정인가요?
아닙니다. 보도자료는 최근 2~3개월 수치가 잠정치이며 추후 수정될 수 있다고 밝힙니다.
결국 소매판매 통계는 “얼마나 늘었나”보다 “무엇과 비교했나”를 먼저 묻게 만드는 숫자입니다. 다음 발표에서는 전체 숫자 옆의 내구재 칸을 함께 확인해 보세요.
관련 글: 계절조정이란?, 기저효과란?, 소비자심리지수란?